새 키보드: Realforce RC1
2007년 쯤 부터 Realforce 101키를 쓰고 있었는데, 아마 쓰기 시작하고 맘에 들어서 바로 하나 더 샀던 것으로 기억. 그 이후에도 생일 선물로 87키 (저소음, 차등)을 사고, 그 이후에 87키 (차등, 흰색)을 중고로 넘겨받아서 쓰고 있다. 101키에서 87키로 넘어간건 어깨가 아파서였는데, 마우스 쓰는 쪽 손/어깨 선이 덜 벌어져야 덜 아프더라고. 비슷한 이유로 더 좁은 키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HHKB도 시도해봤지만, function키가 있는 줄이 없어서 Fn + …로 입력하는게 불편해서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리얼포스RC1. 70% 레이아웃 키보드 얘기를 보고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 목요일 저녁에 (원격) 영어 수업 중에 small talk 주제로 내란 얘기하다 “스트레스에 대한 위안으로 사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반응을 듣고나선, 다음 날 아침에 주문했다.
- 바라 마지않던 더 좁은 레이아웃
- 익숙한 Realforce 키감
- VS Code 쓰는 필수인 F1-F12가 물리키로 존재1
- USB-C 연결 / bluetooth 연결 모두 지원2
- 차등 키압은 없지만 30g 지원
Realforce 87키 키보드와 비교
직전까지 쓰고 있던 Realforce 87UKB랑 크기 비교. Realforce 87UKB (넘패드 쪽이 빠진 버전) 과 비교해서, PrtScn 등이 있는 공간 정도가 더 작다. 좀 더 들여다보면 좌우 공간도 조금씩 더 좁게 되어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F1-F12 사이의 간격이 더 좁다. 내 개인적인 취향으론 Del를 없애고 조금 넓게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지만 쓰기 불편하진 않다.
폭도 더 좁은데, 키보드 위아래 프레임 부분이 없다시피하고, F1-F12 줄과 숫자키 있는 줄의 간격도 줄어들었다. 특히 후자는 적응하는데 몇 시간 걸리더라.
두께는 거의 그대로다. 다만 87UKB 대비해서 라운딩 처리된 부분이 없어서 처음에는 더 두꺼워졌나 했다. 앞에 키보드 손목 받침대를 쓴다면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사용성
익숙한 Realforce의 느낌이지만, 차등이 아니라서 새끼손가락 이외의 키압이 줄었다. 30g vs. 45g 사이에 고를 때 좀 고민하긴 했지만, 새끼손가락 키압이 무거운 키보드는 불편해서, 30g을 골랐다. ESC가 가볍게 느껴지긴 하지만 (55g vs. 30g), 전반적으론 만족한다. 다만 처음 리얼포스 차등 쓰기 시작했을 때 새끼손가락 쪽 키에 손가락 올려놓으면 가끔 누른걸 스스로 인지못하는데 입력되기 시작할 때가 있었는데, 그 비슷한 일을 몇 번 겪었다. (주로 검지 쪽에서) 이것도 적응하는 중이다. 저소음 버전만큼 타이핑하는 소리가 작은 것은 아니라서, 아주 조용한 환경에선 신경 쓰일 수 있는 정도다.
걱정했던 부분이 F1-F12 키 배치가 87키보다 좁은 공간이라 잘못 누르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적응해서 쓰고 있다. 그 다음 걱정했던 부분은 화살표 키들인데, 윈도우 배치같은데서 써서 몇 번 써봤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고도 적응할 수 있더라. 이건 아마 키보드 우측 가장자리에 있어서, 이걸 상대위치로 써서 접근해서인 것 같다. 비슷하게, PgUp / PgDn이 Fn + ↑ / Fn + ↓ 인데, 이것도 오른쪽 끝의 Fn키랑 동시 입력하기 어렵지 않아서, 긴 글 읽을 때 저 조합으로 썼다.
무게가 많이 가벼워졌다. 87UKB랑 별차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차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1주일 정도 출장이면 키보드 어지간하면 안들고 갔었는데, 이젠 들고 다닐만하다.
Fn + 1, …, 4로 블루투스 연결 간 전환을, Fn + 5로 USB 연결을 선택할 수 있는데, 무선 연결 간 전환이 기대보다 빠른 편. 이정도면 일상용으로 두 대에 연결해서 쓸만하더라.
아쉬운 부분
이틀 쓴 정도로는 크게 아쉬운 부분이 없다. 굳이 꼽자면,
- USB-C 로 연결해도, 오래 안쓰고 있으면 전원이 꺼진다. 그래서 아침에 다시 사용할 때 전원 버튼 눌러줘야하는데, 우측 하단에서 몸에서 먼쪽이라 비슷한 위치에 두는 트랙볼을 잠시 치워야하는 부분은 좀 귀찮다. 특정키 조합 입력하면 켜지는 기능이 필요하다.
- 회색조의 키캡 색깔이 기대보다 밝았다. 기존 87UKB 정도의 색깔을 기대했는데, 어두운 회색조도 검은색 정도로 보이진 않는다.
- 항상 그렇지만, Realforce 혹은HHKB 호환 키캡은 구하기 어렵다. 당장은 ESC 키캡만 레오폴드에서 주문해서 쓰게될 것 같다. 생각 같아선 Ctrl 대신 Fn, ⊞ 대신 ⌥, Alt 대신 ⌘나 ◇로 바꾸고 싶지만 수요가 없는지 커스텀 키캡 주문하는 정도 아니면 없는 것 같다.
- HHKB에서 온다면 오른쪽 하단이 Shift, ↑, Fn 순서인게 불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