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나며

2013년 5월 1일에 회사를 시작했었다.(준비 과정까지 세면 그 몇 주 전부터) 그 때 시작한 일들을 지난 달 말일(2021-04-30)로 마무리했다. 벌써 만으로도 8년이 지난 셈. 지금은 새 출근 일정을 확정하고, 집에서 쉬면서 아이들 수업하는 거 지켜보거나 근처 카페에서 커피 사오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14년 만에 돌아온 방학도 겨우 2주일 남았지만. 이직 생각이 없었던 오래 전에 “다음 일을 하기 전엔 여행도 가고 쉬겠다”고 계획했던 것은 COVID19 때문에 다 포기.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다녔던 회사나 지금 회사나 – 중간에 다녔던 회사에서 스핀오프한 모양새라 구성원이 비슷해서 그 회사 내용은 생략 – 팀이 싫어서 떠나는건 아니라는 점에서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중간에 먼저 나간 분들이나, 계속 회사에서 근무하고 계신분들 대부분 같이 일해서 즐거웠고, 함께 이룰 수 있는게 잔뜩 있었다. 두고 온 일들은 마무리 짓거나 더 성공시키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고, 책임을 덜어서 약간 후련한 그런 기분이다.

그간 좋은 일이 많았다. 내가 원했던 것처럼 코드 리뷰와 테스트를 활용해서 작업할 수 있는 영역도 넓었고, 좋아하는 환경인 linux + C++/python 에서 주로 개발해서 필요한 도구/라이브러리나 새로 나온 적절한 라이브러리를 평가하고 도입해서 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았다. 지난 수 년간 linux와 다른 OS(특히 macOS)를 혼용해서 작업할 수 있는 개발도구(VSCode, CLion, …)가 늘어서 이쪽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지는 않다. 제품 자체의 성공은 미묘한 부분이 많고, 원했던 것과 좀 다른 방향(소프트웨어 제공이 아닌 추가적인 개발이나 협업) 혹은 게임/게임 서비스가 아닌 다른 섹터에서 매출이 더 크게 나오기도 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다. 게이밍은 내가 계속해서 즐겨왔고 계속 관심있어하는 분야다. 하지만 게임 업계나 일부 게이머 가 PC운동, 특히 페미니즘에 대해 공격하는 꼴도 참기 어렵고, 업계 상당 부분이 내게 적대적인 환경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제품 중 게임이 아닌 다른 섹터의 작업도 충분히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기술적으로 충분히 도전적인 전혀 다른 분야로 가는 형태의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직 준비나 그와 관련된 부분은 개별 주제가 커서, 트위터에 공약한 것처럼 구직 준비/진행 글로 조만간 정리해보려고 한다.

2021-05-21의 트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