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노인의 전쟁 3부작

이렇게 불러도 되는건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저렇게 부르고, Amazon.com 에서도 Old Man’s war trilogy 같은 표현이 있는 듯 하니 일단 그렇게 쓴다.

SF 소설로, 지난 일주일 정도 동안 열심히 봤다. 사실 이건 빌려놓고 제대로 안 읽고 있다가 막상 돌려줘야 할 때가 되서 + Windows Vista->7 업그레이드 때문에 손놓고 있던 두 시간 정도의 여유 때문(???).

‘노인의 전쟁’을 다 읽고나니, 이 후속작도 있다는 소릴 듣고 열심히 읽고, 아마존 검색 결과 그 다음권도 있길래 냉큼 사서 봤음. 처음 두 권을 한글로 보고나니, 마지막 권은 영문으로 봐도 크게 어렵지 않더라.

많은 SF 소설들이,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 나중에 이런 문제가 닥쳐올 텐데 어떻게 할까”

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 씨리즈에선 약간 다른 방향… 좀 더 오락적이랄까? 으로 나간다. 특히 첫 한 권이 그렇다…

이 아래 리뷰 내용에는 낮은 수준의 까발리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본다고 저 세 권의 책을 읽는 재미가 줄어들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책에선 거의 세계관 전달에 촛점을 맞춘다. 인류가 우주 개척 시대에 돌입했지만, 지구는 거의 20세기 말 그대로 남아있고, 노인이 되면(75+) 우주 개척 방위군(CDF)에 자원해서 (뭔가 방법을 써서) 젊어지고 우주에서 싸우게 되는 구조가 된 상태를 설명한다. 그리고 이 전쟁(?)의 시대에 주인공이 자원해서 CDF에서 싸우기 시작하기 까지가 책 내용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 와중에 지구의 인류와 우주에 나가 있는 인류(우주 개척 연맹; Colonial Union; CU)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앞으로의 씨리즈에 대한(…) 지구인 관점의 설명이 이어진다. 물론 주절주절 설명하는건 아니고 책 전체에 걸쳐 이걸 느끼게 해주는게 좋았음. 오락적으로도 훌륭한 것 같고.

좀 웃겼던 것(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은 CU에서 모든 기술을 거의 통제해서 지구의 기술 발전을 늦춘 것이 가능 하다는 것. 근데 정보는 일단 책에서 얘기하는 공간 도약없이는 광속보다 빨리 전달 할 수 없으니 그냥저냥 말이 되서 책은 계속 읽었다 – 궤도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라거나, 공간 도약, 유전자 조작 병사, 의식(consciousness)의 이식 등등은 CU만 가지고 있는 상태. 우주에 나간 인류는 기타 지성있는 외계인들의 대립 구도(=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에서 열심히 지식을 습득해서 엄한 속도로 발전해버렸다 정도로 설명을 해서 좀…


여튼 오락적이고, 배경을 한 권 내내 깔아준 덕에 2권의 전개는 무진장 빨랐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게 만들어주는게(=인격?) 뭔가에 대해 상당히 재밌는 설명을 했고, 2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다. 단순히 클론을 만드는게 아니라, 하드웨어인 육체 + 데이터인 기억과 경험 + 소프트웨어인 의식이 있어야 모든게 유지 된다는 얘기가 2권 전반의 내용.

물론 1권 처럼 오락적인 면(=전쟁 씬이라거나 계략 구도 등등)도 괜찮았다. 다만 1권의 주인공은 3권이 되어야 나오는 건 좀 불만이었지만, 주인공 자체의 매력은 2권에만 나오는 주인공 자신이 꽤 괜찮았음. 시점도 3인칭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특히나 복제 인간 격인 존재들의 “자기 선택권”에 대해서 얘기하는건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우주 전체의 대립구도를 바꿔놓으면서 이야기 규모를 팍 키워놓고 2권이 끝나버린다. 야!!!!


3권은 2권에서 커져버린 이야기를 수습하는 단계. 다만 2권에서 만들어놓은 몇 가지 인과를 3권에서 너무 우려먹는다는 느낌은 좀 들지만; 지금의 미국 정부 + 미군을 보는 거 같은 좀 독선적인 CU와 CDF의 모습은 작가의 생각이 좀 담겨 있는 듯 하다.

여튼 1권의 주인공인 존 페리가 재등장하고, 이 존 페리가 새 개척 행성의 행정관(꼴랑 2500명이 이주하는 거긴하지만)이 되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여기 담긴 음모, 그리고 전우주 규모의 대립이 3권의 내용.

2권 말미에서 잔뜩 벌여놓은 이야기를 잘 수습한다는 점에서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한다. 사실 2권 읽고나면 벌어진 이야기의 크기 때문에, 3권이 있는걸 알고 안 읽을 수가 없음. 내가 1권에서 품었던 기술 격차 문제(CU vs. 지구)도 어떤 의미론 설명해주는게 이 3권이었던 듯 함.

궁굼한건 3권 등장 인물 중에 Jane과 Zane이 있다. 한국어 번역판에선 어떻게 표기하려나?

여튼 이 책을 읽게 된건, 재밌다고 첫 책을 빌려 준 rica 덕분. 이 자리를 빌려 rica 에게 감사를.

PS. 근데 3권까지 봐도 콘수의 존재 의미는 안 밝혀집니다. 난 이게 제일 궁굼한데 Orz.

외전 격인 두 권의 책이 있긴 하지만 제목 자체가 약간의 까발리기이기도 하고 해서 여기선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아마존 평점이 그닥이라(씨리즈 3권은 모두 4.5/5 수준의 높은 평점인데 이 건 2.5~3 수준) 안 읽을 가능성이 높음; 근데 소개된 줄거리 만으론 콘수 얘기는 없을 것 같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