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代遺憾

서태지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고, 오후부터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계속 듣고있기도 하지만; 여튼 요 며칠 간 한 생각. 요약하자면 저 노래의 가사가 되어버릴 것 같지만; 덤으로 이 블로그의 일반적인 주제가 아닌 내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요 며칠 간 방문자가 갑자기 늘어서 안 하고 있다가, 다시 줄어든 틈을 타서 쌓아놓은 소리를 좀 풀어보자.

이 나라가 “인구가 줄어든다”, “아이를 안 낳아서 큰 일이다” 라고 하지만 아이 낳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 별로 법석 떤 것도 없는 우리 부부의 경우 대충 들어간 돈이,

  • 임신 검사 두 번에 대략 18만원. 첫번째는 애가 너무 작아서 안 보인다고 확진 받으려고 한 번 더 갔다
  • 2주~4주마다 받은 검사 각 2.8만정도씩 10+번.
  • 아이의 기형아 검사 3번인가? 각 10만원 정도씩 든듯
  • 산모 검사 2번인가 각 5만원 쯤 들었나 그럴듯. (혈액검사랑 X-Ray를 찍었던듯)
  • 임신 초기에 유산할 뻔하고 응급실 실려가서 낸 병원비: 대략 21만?

정도? 이러면 대충 백만원. 여기에 출산 비용과 그 이후의 산후 조리 비용 같은건 1원도 안들어가있다. 회사에서 의료비 지원해주는게 아니면 (저 위에서 3번째 항목 빼고는 전부 지원 받을 듯) 꽤나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이것도 3차 의료 기관도 아니고 그냥 일반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아서 저 액수일텐데 국가에서 지원해 준 비용은 20만원인가가 있다[^1]

물론 아기가 사용할 용품을 구입하는데 나간 비용은 작게 잡아서 저 2~3배 쯤 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인데, 소위 88만원 세대가, 의료보험이 축소된 미래의 세상에서 애를 낳으려고 — 그러니까 충분한 의료 지원을 받으면서 산모가 안전하도록 — 한다면, 그 의료비를 감당할 수는 있을까? 저 위에 써놓은 건 그나마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내가 실제로 낸 액수란걸 참고해서 생각하면, 미래의 상황이 암울하면 암울했지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출산 비용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전향적으로 바뀐다면 안 그렇겠지만.

모님은 아이를 조산해서, 인큐베이터에 넣었는데, 일주일에 5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걸 회사 의료비 지원없이 버티는게 가능한가? 8 개월 째에 조산한다고 쳐도 한 달 있으면 2천만원이다; 이거면 88만세대의 맞벌이 부부는 연봉을 합쳐야 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의료비를 당장 조달할 수 없어서 아이를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를 낳기 위해 목돈을 마련해야하는 세대가 되면, “아이를 낳고”, “돈을 모아 주택 혹은 재화를 구입하고”, 하는 행위로 “소비를 늘리고”,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한반도 대운하인지, 4대강 사업인가 뭔가 하면서 “턴 키라서 지방 건설업체에겐 돈이 안들어오네요"하고 징징대는 중앙 정부 vs. 지방 정부 놀음을 할 때가 아니라, 부부가 아이를 낳는다면 모든 종류의 비용을 국가가 대고, 양육비와 유아 교육비를 대주겠다고 선언하는게 “출산율 문제"와 “소비 진작"을 일부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애 낳으려면 돈을 안 쓸 수는 없거든. 아이 1명당 2억씩 잡아도 21조원의 예산이면 매우 naive하게 계산해도 1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나도록 지원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이 돈은 한 꺼번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순차적으로 지출될테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아이를 지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렇게 늘어난 인구는 향후에 국가를 부양하는데 도움을 줄테고, 이렇게 아이를 낳기 위해, 양육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은 경제에 소비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물론 이 정부가 그럴리는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 전망이 밝아보이질 않는 미래에 대해 딱히 더 할 말은 없고 단지 유감을 표할 뿐이다.

[^1] 그것도 한 번에 사용하는 액수에 제한이 있어서 나눠 써야한다. 진짜 이번에 의료비 나가는 거 보면서,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상승하는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