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

흔히 울온이라고 부르기도하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의 수석 기획자였던 라프 코스터;Raph Koster의 재미 이론을 다 읽었다. 원제가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 인 것이 말해주듯이 컴퓨터/비디오 게임에서 재미란 어떤 것이고, 그것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 이 책에서 표현되는 _“우리"는 게임 디자이너;기획자_에 가깝다 – 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genie 8995527617]

사실 게임의 전반을 이루는 재미라는 요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거나 배울 기회는 없었다. 친구나 동료들과 얘기할 때에도 보통은 “이런 점 때문에 이 게임이 재밌다/재미없다” 라는 형식의 대화를 하게 되고, 학부 컴퓨터 게임 수업1에서 배우는 내용도 기술적인 부분과 서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5throck님의 서평을 보고 이 책을 구매하고 읽게 되었다.

몇 일 전 포스팅에 살짝 쓰긴 했지만 번역 자체는 극히 일부분(그러니까 각주 번역)을 빼면 깔끔하다. 그렇지만 몇 몇 단어의 mis-reading 이라고 불러줄만한 부분은 조금 괴로웠다. 책 구성 자체는 왼쪽 페이지에 내용이, 오른쪽 페이지에 이에 해당하는 삽화/카툰?이 들어가 있다.2

각설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게임의) 재미라는 것은,

어떤 패턴을 학습하게 되고, 이런 학습을 통해 느끼게 되는 쾌감

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면서도 묘하게 수긍이 가는 말인데, 사실 나는 이 보다 조금 더 있다고 믿긴하지만, 일단은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이 학습이라는 것을 _잡음_으로 부터 _패턴을 발견하는 과정_으로 풀이하는데, 이 말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건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게임의 재미다. 예를 들어서,

  • World of Warcraft에서 특정 레이드 보스에 대한 적절한 _공략 방식(=패턴)_을 발견한다거나,
  • Command and Conquer 3에서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의 특정 전략을 무력화 시킬 방법을 발견한다거나,
  • Eternal Sonata (=Trusty Bell)의 전투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게 되었다거나(이건 전투 시스템에 관해서 나중에 포스팅 하나 할 듯),

이런 식으로 게임 내의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뛰어넘게 되는 것들은 상당히 큰 쾌감으로 다가온다.

라프 코스터는 계속해서 게임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실제로 재미를 주게되는 “학습의 경험"으로 바꿔주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나열하고, 이를 설명한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_몰입감을 주는 요소_로서 사용되는 일부 도구들에 대해서는 조금 _약하게 생각한다_라는 느낌이 있다. 문제점으로 지적한 “일부 플레이어가 지배적인 요소"가 되어버리는 현상 – FPS 장르의 게임에서 가끔 나타난다 – 에 대한 것도 조금 불확실한 해결책만 제시하고.(사실 이건 뭐라 그럴 문제는 아니고 각 게임에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뭐 그렇지만 게임의 재미를 **분석**한다는 것도 꽤 훌륭한 작업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것도 좋았고, 그 동안 훌륭하다고 생각하거나, “이건 정말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게임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준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 개발자 – 프로그래머든 게임 디자이너;기획자든 – 라면 한 번 쯤 읽어봐도 손해는 아니라고 하겠다.


  1. 이제희 교수님과 권태경 교수님 두 분이 그래픽스, 네트웍, 그리고 게임 서사와 각종 구성 요소들을 강의하고,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강연도 들을 수 있는 학부 4학년 수업이다. 학기말에 팀 단위로 게임을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약간 터프하지만 재미있는 수업이다. ↩︎

  2. 사실 이 구성 자체는 오른쪽 페이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2003년 Austin Game Conference 발표 자료로 사용되었다는 데에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