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분에 넘치는 주제이긴한데, 그래도 좀 연관이 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그렇게 concrete한 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진 못해서 좀 많이 부끄럽지만 일단 글을 써본다. 대략 대학 1학년 수준의, 혹은 공학수학 초급 지식 정도면 일단은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긴하다 :$
3차원 공간에서 어떤 사물을 나타날 때 정지해있는 단순한 상태라도 이걸 설명하기 위해선 적어도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사물의 현재 위치와 방향에 해당하는 2가지 벡터가 있어야하는데 ((물론 운동 중이라면 속도, 가속도, 각속도, 각가속도 등의 요소들이 현재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추가로 필요하다)) , 일단 이 두 가지만 가지고도 몇 개의 상태 — 그러니까 한 순간과 그 다음 순간, 또 다음 순간과 그 또 다음 순간… — 을 표현하고, 그 사이를 잇는 많은 연결점? 연결상태? 들을 그리는게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서 그리는 것”은 컴퓨터 공학의 여러 분야 — 그래픽스, 애니메이션, 게임, 가상 현실… — 에서 꽤나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위치를 부드럽게 ((부드럽다고 써놨지만, 이 이후에 설명한 Catmull-Rom Spline 자체는 C1 곡선이라서 그렇게까지 부드럽지 않다. 자동차 차체같이 좀 복잡한, 혹은 제어하기 힘든 곡선을 사용해서, 상당히 부드러운 곡선은 C2나 C3 수준의 곡선으로 만들어 낸다….)) 이어서 사이의 위치들을 알아내는 것은 Catmull-Rom Spline이라거나 혹은 그외의 방법들(B-Spline … NURBS 같은 것들) 을 사용해서 그런대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근데 순간 순간의 방향들은 어떻게 “연결해서 추정” 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봤으면,
x + yi, where (x^2 + y^2) = 1 ((이 이하에서도 그렇지만 계수들은 전부 실수;real number 다.))
꼴로 표현되는 제한된 복소수 (complex number) 가 2차원 평면 상의 회전에 대응된다는 것을 볼 수 있었을거다. 그리고 방향을 “표준벡터 (x, y) = (1, 0)에 대응되는 녀석을 특정 각도 만큼 회전된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방향도 이런 복소수를 써서 표현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 3차원의 방향 ((혹은 회전 :$ )) 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1843년에 해밀턴 경 ((Sir William R. Hamilton . 이산 수학 시간에 컴퓨터 공학/전산학 전공자들은 “오일러가 찾으면 간단한게 나오고, 해밀턴이 찾으면 오일러가 찾은 것보다 좋긴한데 너무 복잡한게 — 그래서 쓰기 힘든게 — 나온다”라는 유머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 발견한 4원수;Quaternion 중 특수한 형태 — 4차원 단위구 위에 있는 quaternion만 ((즉 w^2 + x^2 + y^2 + z^2 = 1)) 해당 — 가 그런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즉,
w + xi + yj + zk
라는 식으로 표현되는 일종의 4차원 수인데, 이 녀석이 아주 멋진!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특수한 형태의 사원수들은 3차원 공간에서의 방향 혹은 회전에 대응되는데 ((1:1 대응이 아니라는게 좀 무섭지만. 대충 2:1 대응이라는게…)) 사원수들을 Catmull-Rom Spline 해버리면 방향의 중간값들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quaternion interploation 혹은 SLERP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19세기에 발견된 수학이 21세기의 컴퓨터 그래픽스, 컴퓨터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에서 쓰이는 아주 요긴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 그리고 실제 산업에 끼친 영향의 값어치를 따지면 자동차 수십만대로는 세지도 못할걸 :p
이런 식으로 컴퓨터공학, 컴퓨터과학, 좀 더 좁게 보면 컴퓨터 그래픽스나 병렬처리 같은 분야에서는 길게는 수백년 전에 발견?된 수학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것들을 빚지고 있다. 즉 지금의 번영, 문명, 지식들이 있게 해준 단단한 토대 중 하나는 이 “수학”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청원이 진행되고 있긴하지만 3주로 예정된 서명기간 동안 천명이 좀 안되는 사람들만이 조용히 서명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참 착찹한 일이지만, 이대로면 그대로 통폐합되고 묻혀 사라질 것만 같다.
실용주의 정부 — 개인적으론 반어법 혹은 모순어법이라고 느껴지는 명칭이지만 — 의 관점에서 보기엔 수학이라는 학문은 그리 실용적인 것이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수 년, 혹은 수 십년, 길게는 수 백, 수 천 년의 미래를 봤을 때는 이명박 정부의 모든 관료들이 하는/하려는 일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통폐합되지 않고 지켜져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많을 것 같다.
진정 실용정부가 되려면 자신들의 이익말고 미래도 좀 내다봐야하지 않겠나. ((수학을 비롯해 많은 학문, 예술이 그러하든 그 자체로 오롯이 가치 있기도 하다))
내년 쯤엔 우리과도 없어질 지도… 비실용적인 과로 치자면 단연 선두를 달릴텐데 ;;; 아 그래도 논리는 좀 실용적인가… 실용적이라도 논리적인 사람이 많으면 안 좋을테니 역시 없어질지도… ;;;
수원/ 흑흑;;
[8]에서 SLERP랑 Catmull-Rom Spline이랑 비슷한 의미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Catmull-Rom Spline을 구할 때 SLERP를 이용하는 거죠. SLERP는 S^3 hyper-sphere 위에서 직선을 긋는 것이고, Catmull-Rom Spline은 부드럽게 연결되는(C^1) 곡선을 찾는 것이니까요.
피앙 / 그렇네;
http://www.nims.re.kr/bbs_use/view.php?id=1147&code=b1229653900 를 보고 있자니 이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