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지개를 풀며

리차도 도킨스[1] 의 98년 작인 “Unweaving the rainbow” 의 한국어판이 나왔길래 휴가용으로 덥썩 집었음

twentyeleven

무지개를 풀다 (unweaving the rainbow) 라는 제목 자체는, 서문에서 하고 있는 얘기지만 뉴턴의 프리즘 실험으로 무지개에 대한 낭만적인 느낌이 깨져버렸다는 존 키츠(영국의 낭만주의시인)의 비판에 대한 비판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책을 읽다보면 전체 내용에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책 내용은 도킨스 스럽다(…) — 하지만 이번에는 생물학 내용뿐만 아니라 과학 전반에 관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과학에 대한 태도, 과학 교육에 관한 관점, 과학과 우리 사회 자체에 관한 내용들을 다룬다.

도킨스가 책 전체를 관통하며 하는 얘기는 딱 한 가지다 — 과학은 시적이다, 예술적인 감동을 줄 수 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 배우는 과학만해도 충분히 음미해보면 재밌고, 놀랍고, 아름다운게 많다 — 아주 단순한 생명체에서 현생 인류라거나 하늘을 나는 새들, 땅에 피어난 꽃들 등을 존재케하는 진화의 힘이라건, 우주의 시작이후 어떻게 현 상태가 되었는지 추적하는 물리학의 우주론 같은 것들.

도킨스는 이런 시적인 사례들을 들고 있으며, 과학이 좋은 방법으로 시적으로 기술되는 사례들 — 예를 들어 피터 앳킨스나 칼 세이건의 저작들 — 을 들고, 스티븐 제이 굴드의 사례(너무 비과학적으로 기술되었다고)를 비판하고 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거나 에덴의 용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머리 속 가득히 청량감이 들던 기억이 떠오르긴 하더라. 과학은 시적이지 — 코드가 시적일 수 있는 것 처럼. 논리와 이성의 힘이랄까, 복잡한 구조의 단순화된 — 환원론이라고 무작정 비판할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것들은 좀 -_-;; — 법칙과 구조의 합으로 풀어내는 서술은 무척 읽기 즐겁다. 생각해보면 이 책 읽고 바로 읽었던 바이러스 도시도 사건의 재구성을 사실에 의존한 설명 + 사실에 근거한 아주 약간의 추정 으로 근 몇 개월간 읽었던 소설들보다 훨씬 즐겁게 읽게해준 경험을 안겨줬다 -,-

또한 리차드 도킨스의 일관된 얘기이긴하지만, 과학 교육에 대한 강조 — 특히 과학 대중화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수준의 하향평준화) 비판하고 있다. 훈련병에게 앞으로의 일이 쉬울거라고 설명하지 않는 거 처럼, 과학은 단순히 쉽고 재밌는게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쉬운 부분만 하려는 태도를, 그리고 사이비 과학으로 가려는 경향을 바로 세워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들만 반복하면 책이 재미없겠지만 :P 별빛(스펙트러), 공중(음파), 법정(신체정보)의 바코드라는 세 가지 장을 통해서 과학과 일반 대중이 사는 현실이 맞닿아있는 부분을 설명하고, 과학을 배워야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인 마음의 풍선에선, 인간의 뇌가 본질적으론 세상을 시뮬레이션해서 투영해주며, 시뮬레이션 되고 있는 부분이 왜 존재하는지 설명한다 — 예를 들어 인간이 걷고 있을 때 시야에는 진동이 존재하지만, 뇌는 이 부분들을 다 무마시켜 부드럽게 만들어주고/이어주며, 2차원 이미지 2개(양쪽눈)을 합성해서 3차원 이미지를 구축해준다거나 하는 것을 설명한다. 덤으로 닭이 목을 앞뒤로 흔들며 걸어다니는 이유도 설명한다 — 닭은 시뮬레이션하는 것과 유사하게 자신의 시야를 부드럽게 유지하기 위해 목을 앞뒤로 흔든다는 것.

앞 부분은 이전의 책 — 이기적인 유전자, 눈먼 시계공 혹은 에덴을 흐르는 강 — 에서 겹치는 부분이 꽤 많았는데, 12장(마음의 풍선)은 새 내용 위주고, 요즘 생각하는 것(컴퓨터 시뮬레이션 문제)이랑 맞 닿아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었다.

책 전체 내용을 평하자면, 이전 책들과 달리 생물학위주의 내용이 아니고, 과학과 현실의 접점에 대해 강조하고 있으며, 에세이 모음의 느낌으로(에세이 연작?) 읽을 수 있는 책인 듯 하다. 즉, 추천 도서 :)

  1.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이라거나 최근의 “만들어진 신” 등의 저자이기도 하고 옥스포드의 찰스 시모니 석좌 교수이기도 한 그 사람 []

Author: rein

나는 ...

2 thoughts on “리뷰: 무지개를 풀며”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