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과정 기록(3): 선택의 시간

지금이 2010-2011년 사이의 모바일 관련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폭발하던 시기 이후로 다시 찾아온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구인난 시기 같다. 이런 이유에서, 끝까지 진행한 모든 회사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것에 대해서 몇 가지를 고려해서 개별 선택지를 평가했다. 다만, 내가 평가한 방법은 내 취향의 문제 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그러니 “읽는 분 본인의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유사한 척도가 아닌 적절한 척도를 세워서 평가하시기 바란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많을지
  • 연봉 및 기타 옵션(스톡옵션, 복지 혜택).
  • 해당 회사의 소프트웨어 기반 매출이 지속 가능하고 소프트웨어 개선이 매출/영업이익에 연결되는지
  • 출근 시간 및 업무 시간

나는 이제까지의 경력을 흔히 백엔드라고 부르는 부분을 만드는 데에서 쌓았다. 그래서 API 서비스나 배치 처리, 그리고 이에 대한 분산 서비스 및 영속적인 저장소들을 설계하고 / 구현하고 / 디버깅하고 / 개선하는데 일을 했다. 여러 회사에서 구인하고 있는 MLops 쪽을 고민하긴 했으나, 원래 하던 일에 가까운 게 더 좋겠다고 결정했다. 당연히 ML을 안 쓰는 회사는 이제 없다고 봐야 하고, 어느 쪽이 내 직렬에 가깝고 흥미로운지를 고민했다.

혹시 ML 관련한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현재 시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군을 뽑고 있는 “통화 내역 정리 서비스”인 Vito를 만드는 리턴제로나 챗봇과 (초)개인화 서비스를 만드는 스켈터랩스도 한 번 보셔도 좋을 듯하다. 전자는 창업자인 지인이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고 여러 번 exit한 경력이 있으니 믿고 갈 만한 곳이다. 후자는 구직 진행하면서 만나봤던 회사 구성원(임원, 개발자, 채용 담당자) 모두 열정적이고 스마트해 보이는 곳이다. (후자는 얼마 전에 물의를 일으킨 스캐터랩 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회사다. 참고하시라.)

비슷한 이유에서, 약간 다른 방향의 섹터를 하는 회사에서도 지원했었으나, 이런 이유에서 선택하지 않았다. 얘기를 나눴고 내가 직접 아는 아주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있는 퓨리오사AI도 ML가속 하드웨어 및 이에 대한 툴링을 만드는 곳인데 여기도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특히 rust로 개발하고 싶다면 한국에 이보다 나은 스타트업은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프로그래밍 언어나 관련 툴체인 쪽에 더 중점을 뒀다면 여기로 갔겠지만, 내 전문 분야가 달라서 아쉽다. 그리고 로보틱스에 관심이 있다면 네이버 랩스가 있다. 내가 원래 하던 분야보다 로보틱스에 흥미가 더 생기지는 않아서 여기로 가진 않았다.

연봉이나 금전적인 보상은 1:1 비교가 어렵다. 대부분의 회사는 아래와 같은 보상 구조를 갖는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 기본급
  • 기대치를 충족(meet expectation)했을 때의 보너스 배율. 딱 이정도는 한 걸 기준으로 계산했다.
  • 스톡옵션
  • 기타 복지 혜택 (이건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의료 보험을 제공하는 곳부터 시작해서 자녀 학비 보조를 제공해주는 곳도 있더라) 다만 나는 같은 액수라면 기본급이 높은 쪽을 선호하고, 스타트업에 가까운 회사일수록 비중이 높은 스톡옵션은 좀 낮게 평가했다. 이에 따라서 일정 이상의 연 기대소득을 얻는걸 목표로 했다.

직전 회사가 매출/영업 이익 부분에서 오래 고생했고, B2B 영업 때문에 괴로웠다. 그래서 이번 회사 선택에는 지속 가능한 매출/영업 이익이 있고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로 인한 것인지를 기대한다. 다만 이걸 고민하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거나, 신규 사업하는 부문일수록 가기 어려워진다.

예전에 선릉역(에서 좀 떨어진)에서 판교로 사무실을 옮겼을 때 삶의 질이 급전직하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현재 사는 지역으로 이사했다. 이제는 아이들을 전학시키기도 그렇고, 회사 위치에 따라서 이사하는건 무리라 출근 시간도 많이 고려했다. 구체적으로는, 도보 + 지하철 탑승 시간으로 1시간 넘어가는 곳은 안되는 것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강남역-신사역 사이, 아니면 최근의 떠오르는 스타트업 핫플레이스인 성수 인근에 있어서 출근 시간은 짧게는 안 나올 상황.

근무 시간도 중요하다. 직전 회사는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게 가능해서 많은 경우 07:30 – 16:30으로 근무했다. 유연 근무제로 운영하는 회사가 많지만 자주 협업해야 하는 상대의 타임존에 따라서 어느 정도 한 쪽에 쏠린(?) 출퇴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원한 곳 중에 C++ 개발을 하는 유일한 곳인 SAP랩스 코리아는 출근 시간 말고는 대부분의 조건이 좋았지만, 주로 협업해야 할 상대가 독일 쪽이라 주 업무 시간대가 오후로 기울 것 같아서 포기.

최종적으론 아래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계약할 회사를 정했다.

  • 백엔드 플랫폼을 운영한다. 그리고 이 부분을 개선하거나 잘한다면 매출을 증가시키거나 /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외부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판단하면 지속 가능한 규모의 매출을 얻고 있다.
  • 옮겨갈 회사에 직접적으로 알거나/지인들을 통해서 알게 된 무척 훌륭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있다.
  • 연봉 수준은 현재보다 올라갔고, 다른 대부분의 외국계/한국계 대기업보다 높았다.
  • 주로 일할 대상과의 협업을 생각하면 현재처럼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시간대 생각하면 미국 서부랑 일하는 게 내 생활리듬에 맞다)
  • 출근 거리는 약간 애매하다. 광역 버스론 한 번에 가는데, 지하철로 가는 거보다 20분쯤 더 걸려서 실제론 지하철 탈 듯.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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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uk Kim
SW Engineer / gamer / bookworm / atheist / femi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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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1. 보너스 배율에서 “딱 이정도는 한 걸 기준으로 계산했다.”는 게 어떤 뜻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을 더 해 주면 좋겠소

    • 얘기해봤거나 전해들은 회사들의 방침(?)은 이랬습니다.

      인사 평가를 하고 평가 결과가,

      • 기대치 많큼 함. 연봉 * 정해진 배율의 보너스. (예를 들어 연봉의 15%)
      • 기대치 미만. 보너스 없음
      • 기대치 초과 달성: 연봉 * 특정 배율 이상의 보너스 (위 예 기준으로 하면 연봉 15%보다 많은 금액의 보너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근자감으로 “기대치 달성”은 할거라 치고 그 보너스까진 받은 액수로 계산했습니다.

  2. 아 이제 이해가 가네. Danke

  3. 대략 문맥을 보니 판교를 떠나는구나.
    지나가다 몇번 인사만 하고 밥도 한번 못 먹었구려.
    옮긴 곳에서 즐겁게 지내길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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