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훈련 동안 책도 못 읽고 지낸게 억울해서였는지(…), 11월 초에는 책을 죽어라 질러댔는데 그 중 한 권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反 신자유주의 를 외치는 저명한 경제학자 – 케임브리지 경제학과 교수 – 의 글에 호기심이 가기도 해서 읽게 되었다.
[genie 9788960510197]
책 내용은 거의 한결같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내용과 효과, 그리고 그 것들을 지금 신자유주의 경제를 부르짖는 국가들의 이미 지나간 경제 개발사와 비교함으로서 진행된다. 즉, 현재의 부자 나라들은 신자유주의와는 반대되는 경제 개발사를 가지고있으면서 왜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닌 현재의 부자 국가들이 사용했던 정책들을 되돌아볼 것을 권고한다. 또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들이 모두 공진화 했던 마셜 플랜의 시대를 돌아보라고 역설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 주류 경제학에서 자유 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이야기하지만, 여기에서 사용된 여러가지 가정들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때문에 실제로는 성공하는 경제 정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
- 선진국 = 부자나라 들이 자유 무역을 강조하면서 관세율 인하, 각종 무역 장벽의 철폐를 주장하는데 이런 정책을 펼 경우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유치산업의 고사, 관세율 인하로 인한 재정 파탄 에 처하게 된다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점
- 20세기 초만 해도 게으른 일본인, 도둑질하는 독일인 같은 문화에 따른 경제발전 차이 의 재료로 사용되던 것이 현재 성공적인 두 나라 경제상황에 따라 경제발전에 적합한 문화적 토양이었다고 역사 서술이 바뀌는 것에 대한 지적.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없는데 영향을 준다는 이슬람 권 문화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여성 채용비율이 높고 개방된 싱가폴의 금융 시장을 예로 든 반론
이 세 가지였던 것 같다.
이런 예를 통해서 현재의 흐름을 비판하긴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런 경향이 의식적인 것은 아니며 마셜 플랜의 시대처럼 같이 발전했던 때도 있기 때문에 "약간의 희망은 있다"이다. 과연 앞으로 어찌될지는, 그리고 실제로 이런 대안의 유용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주도적인 흐름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론/대안을 얘기하는 몇 안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 특히나 한국내의 특수성을 논한 책이 아닌 것으로는. 번역도 비 전공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편안했던 것 같고, 책 내용도 충분한 예와 각주/미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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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사마리아인은 보호 무역으로 성장했으나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에게 보호 무역을 철폐하고 자유 무역을 강요하는 선진국들에 대한 비유이다. 장하준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에서도 이런 비유를 담은 제목을 사용했다.
ps. 여담이지만, 사실 책을 읽다가 역자가 있는 것에 대해 잠시 놀랐다. 생각해보니 한국인이 굳이 한국어로 책을 쓰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책 리뷰를 쓸 때 별점(…)을 매겨보는게 어떨까하는데 이것도 다른 플러그인을 좀 수정하면 어떨까 하는 중. 그렇지만 예전에 UPnL과 마이크로소프트웨어(잡지)에서 서평을 썼을 때도 생각했지만, 리뷰는 개인적인 관점이 반영될 여지가 너무 많아서 사실 없는게 나을 수도 있는 것 같지만; (고민만 깊어가는 …)
저도 이 책을 신문의 소개에서 보고 사서 봤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러 경제학 관련 책(특히 신자유주의자의 경제학 개론서)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한국인이 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이유는 판권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입문서스러운 애를 몇 개보고 읽긴했는데, 확실히 입문서에서 가정하는 것들 중 상당수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경제학 개론서들과(사실 현재 있는 경제학 책 중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게 대부분이죠?) 같이 읽는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번역 이유는 역시 판권 문제인걸까요;
이 앞에 내신 책인가에서 왜 번역자가 있는가를 짧게 밝힌 적 있습니다. 자신이 낸 책을 번역하다 보면 자꾸 추가하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눈에 띄어서 새로 책을 집필하게 되기 싶다고.
아마도 이런 이유로 계속 자기 책을 남에게 번역하게 맡기지 않을까 합니다만.
광풍바루 / 그런 점이 걸리는군요. 그래도 독자 입장에선 한 번 더 수정된 책을 보면 조금 더 좋은데 말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