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The Grand Design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신작이다. 책 자체의 양도 적은 편이고, 다루는 주제도 간단(?)하다. 우주에 관한 심도 깊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철학(혹은 종교)가 답을 제시하는 수단이 과학이 되었다는 얘기.

스티븐 호킹은 이를 생명,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국의 질문이라고 해놨다.

  • 왜 (우주는) 허무한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 있는 것인가?
  • 왜 우리는 존재하는가?
  • 왜 (현재 알고 있는) 특정한 자연 법칙이 있는 것이고, 다른 자연 법칙은 안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철학, 종교 등에서 뭐라하건간에, 과학의 힘으로 이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 신 따위의 별도 개념 없이 – 철학은 죽었다… 정도의 말을 하고 있다.

일단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에 대한 대답은,

중력이 시공간을 변형하기 때문에, 시공간은 국소적으로는 안정적이나 전체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우주 전체 스케일에선 질량이 갖는 양의 에너지가 음의 중력에 의해 균형이 맞을 수 있고, 전체 우주가 생겨나는데에는 제한(=질량-에너지 보존 법칙)이 없다. 중력과 같은 법칙이 있기에, (이 책에서 설명하는 방법에 따라) 무에서 우주가 자동적으로(spontaneously) 생겨날 수 있고,

이 자동적인 생성(creation)이 허무한 공간인 우주가 아니라 무언가 존재하는 까닭이고, 왜 우주가 존재하는지 이며,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여기에는 신이 우주를 시작한다(light the blue touch paper) 따위의 설명은 필요없다.

이다. 이 책 앞 부분에서 설명한 과학의 발전 – 고대의 사고 실험 수준에서 과학 혁명 시기로 이전해 가면서 나타난 실험/검증에 따른 과학적 방법론, 그리고 모델 기반의 과학들 까지… – 과 물리 법칙들에 대한 설명, 그리고 현재 지구 상의 생명체와 비슷한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 물리 법칙들이 어느 만큼 변형될 수 있는지에 관한 얘기들 등등. 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각 후반부 챕터를 사용했다. 근데 이 설명이 좀 짧아서 아쉽다.

책 구매에 대한 평을 하자면(…) 책 자체는 굉장히 짧다. 왠간한 소설 책이 Kindle 에서 5000 줄 쯤 되는데, 이 책은 2387줄이다. 여기엔 용어집과 인덱스도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론 1800줄 수준이라 약간의 여유 시간만 있다면 읽을 만 하다. 어제의 알라딘 스팸(…)에 따르면 이 책의 번역서도 곧 나온다 하니, 원서 읽기는 귀찮은데 논리 전개(?)는 들여다보실 분은 번역서를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다.

종교 원리주의자들이라면 좀 많이 싫어할 것 같은 책이지만,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오른(아마도) 우주의 존재에 관해 과학이 설명할 수 있다는 스티븐 호킹의 논리전개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런 점이 이 책의 장점.

반대로 단점을 말해보자.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무 기본적인 얘기에 쏟은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궁굼한 영역(상세한 설명?)에 대해서는 설명이 수박 겉핥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하다. 그러니까 별 5개는 못줄 책…

Published by

rein

나는 ...

6 thoughts on “리뷰: The Grand Design”

  1. 책은 안 읽었다만 여기 쓰인 설명만 가지곤 그다지 종교 원리주의자가 싫어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 내가 머리가 나빠서 제대로 이해 못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당장 우주 이전에 법칙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깔고 있는 거 같은데 그렇다면 그 법칙이 어떻게 발생했는 지도 설명하라고 할 것 같은데. 법칙(law)이 절대적이다라는 것도 내 생각엔 실용적인 인간의 믿음일 뿐인 것 같고. 그리고 굳이 소위 종교 원리주의자가 저런 설명을 부정할 부담을 질 필요가 있나 싶다. 내가 종교 원리주의자라면 그런 근본적인 법칙이 신의 섭리라고 하면 그냥 스티븐 호킹 박사님이랑 안 싸워도 되지 싶은데 ;;; 여튼 이런 글 볼 때마다 잡 생각이 많아지네 ;;; 걍 헛소리 작렬임 ㅜㅜ

    1. 법칙이 “신의 섭리”가 아니다란 내용이 중간 두 챕터 정도를 잡아먹어서 그래요. 저는 그쪽에 관한 지적 설계가설(…이라고 쓰고 창조가설이라고 읽습니다) 쪽의 얘기는 설득력없다고 생각하는 지라 언급 안하지만요.

      책 안에서, 지금 상태 자체가 “생명이 있을 수 있는 물리 법칙”이 있어서가 아니라, (실제론 그렇긴 하지만요) 다중 우주 중 하나가, 그러니까 우주가 현재까지 이른 경로 중 하나가 생명이 있을 수 있는 물리 법칙을 가지고 있는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현재 상태에 이르기위해 신 같은 이상한 개념이 물리 법칙에 관여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리뷰 보면 책 내용 자체에 관해 이렇고 저렇고 따지는 애들보다, 종교적 원리 주의자들이 따지듯이 쓰는게 더 많아보여요(…)

  2. 이 책 여기서 리뷰 보고, 유럽 친구들에게 알려줬더니 바로 사서 읽더군요.
    벌써 다 읽고 빌려준다길래, 사서 보려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당장 읽을 시간이 없기도 하구요.
    재밌을것 같은데, 언제나 읽을수 있을지 ㅠ_ㅠ
    아무튼 좋은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1. 읽을 시간이 없다니 안타깝네요(…).

      여유 시간 생기는데로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다지 안 기니까요 ~_~

      1. 제가 혼자만 바쁜척을 했네요…^^;
        사실 시간이야 내면 있겠지만, 읽어야할 다른 책이나 문서들이
        많이 밀려 있어서요.

        시간 있으면 rein님께서도 소개하신적이 있는
        The Greatest Show on Earth 부터 봐야할것 같네요. :)
        Richard Dawkins 에 대해서는 TED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됐는데,
        http://www.ted.com/talks/richard_dawkins_on_militant_atheism.html
        아직 저서를 읽어본적이 없어서 좀 안타깝습니다.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책읽을 시간이 없다니
        얼마나 게으르단 소린지…ㅡ_ㅡ;;;
        아무튼 책 많이 읽는 분들 존경합니다. ㅠ_ㅠ

        1. 저도 바쁜척(…)하느라 책은 많이 못 읽습니다; 주로 지하철 출퇴근할 때만(…);;

          리차드 도킨스는 사실 까도 많고 빠도 많아서, 여러모로 논란의 인물;;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