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에 새로 생겨난(?) 분야 중 하나가 복잡계 과학이란 분야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명확히 정의되지 않고, 그 경계도 모호한 분야지만 여러 분야 – 생물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수학, 기상학, … – 에서 나타나는 “복잡계”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용어이긴 하다.
이미 번역된 책으로 이머전스, 딥 심플리시티, 링크(linked), 동시성의 과학 싱크(sync) 같은 많은 책이 나와있긴 한데, 좀 묶어서 나온 책이 없다고 생각해서, 추가로 읽게 된 책이다.
책 초반부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복잡성에 관한 “하나의 과학”은 아직 없다. 복잡성에 대해 서로 다른 정의를 갖는 몇 개의 서로 다른 과학이 있을 뿐이다. 이 정의(notion)은 일부분에선 매우 수학적(formal)이고, 일부에선 그렇지 않다. 만약 여러 복잡성의 과학이 “하나의” 복잡성의 과학이 된다면, 이 서로 다른 정의가 어떤 관계인지 알게 될 것이다.
즉,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아서” 명확히 정의 내리긴 어렵고, 각각의 분야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분야에 관해 저자가 하나하나 설명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책 전반에서는 “복잡성”의 의미를 저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고, 이에 대한 예를 굉장히 많이 든다. 링크에서 얘기했던 스케일 없는 네트워크 비슷한 내용이라거나, 여러 분야에서 공통으로 반복되는 상수라거나 구조 등등. 일단 복잡성 자체를 “계산”이라는 (그래도 불명확하지만) 의미로 묶고, 이에 대해서 잘 쪼개서 설명하고 있다.
책 자체는 굉장히 쉬운 문체로 쓰여 있어서 술술 잘 읽힌다. 내가 컴퓨터 공학 전공이라 그런지 “복잡계”의 특성으로 “계산”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꽤나 편하게 들렸다. “파인만의 엉뚱 발랄한 컴퓨터 강의”에서 얘기하는 “계산”의 특성에 관한 내용과 열역학 제 2법칙에 관한 내용도 다루는데, 이 책은 설명이 좀 부실하다. 파인만의 ~~~ 책 쪽이 훨씬 설명이 나음. 더불어, 몇 가지 컴퓨터 공학의 경계(frontier)에 해당할 “유전 알고리즘”이라거나 “셀룰러 오토마타; 세포 자동자”에 관한 얘기도 많이 다룬다. 매스매티카의 울프람 씨 얘기도 많이 나오고, 유전 알고리즘으로 최적화된 셀룰러 오토마톤을 찾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저자 자신의 박사 논문에 해당하는 copycat 프로그램을 다루는 절은 좀 지루했다. 스킵해도 뒤에선 별 차이 없더라…
책 자체가 복잡성 과학이 적용된 몇 가지 분야에 대해서 예를 많이 든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인 듯 하다. . 전산학(계산; 자기복제; 셀룰러 오토마타; 유전알고리즘…), 생물학(유전; 발생; 신경계; …) 등등이 이에 해당.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자의 말을 이해 하는 게 쉬웠다. 이런 류의 책의 주 독자층은 적어도 한 두 분야는 약간씩 접해보았거나, 자기 전공과 관련이 있을 테니 꽤나 보기 쉽게 만들어줄 듯 하다.
덤으로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이 복잡성 과학이 쓸모 없다는 반론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믿는다”라 말하고 있는데, 나는 대략 반반의 의견. 세부 분야가 정말 쪼개져버리거나 – 각 분야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그 분야에 맞는 이론으로 고착화 되기 – 아니면 저자 말대로 하나의 과학 분야가 생겨나거나..
연구실에 최근에 들여놨는데 누가 빌려갔음. 돌아오면 읽어봐야지. 멜라니 미첼은 유전 알고리즘 교재 저자로 유명하다오.
그러고보니 저자 소개에 그 내용이 있었는데 제가 잊고 안 썼군요(…). 랄까, 저자 소개자체를 안했음 /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