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중나선

요즘 출근길에 년초 사놓고 읽다만(…), “A Field Guide for Science Writers: The Official Guide of the NASW” 를 이어서 읽고 있다. 오전에 읽은 부분이 책 중간 쯤의, 21절이Narrative Writing 였다. 이 절의에 초반부에 “이중 나선”의 첫대목이 소개 되어 있었다.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크릭, 왓슨, 윌킨스 중 왓슨이 직접 쓴 책인데, 왓슨 자신의 관점으로 “크릭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설명하는 대목이 인용. 근데 이게 거의 절제된 소설 읽는 기분으로 착 감겨서 읽히길래, 퇴근길에 번역서를 질렀다. 원문이 좋아서인지, 번역이 매끄러워서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퇴근길 버스 안 + 자기 전 책읽기고 후다닥 읽어버렸다.

DNA가 이중 나선 구조라는 것은 현재는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50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이 이 구조를 찾느라 정말 강력하게 경쟁했다. 이 경쟁 와중에 당시 박사 후 연구원이었던 왓슨이 크릭을 만나고, 윌킨스의 X선 회절 실험에 의존하고, 놀고(…), 운동하고, 여자 만나러 다니고, … 그리고 DNA 구조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정말 소설처럼 흥미 진진하게 – 책으로 썼다.

이 구조를 찾기 위해, 연구하고, 좌절하고, 좌절하고, 연구하고 … 하다가 최종적으로 상보적인 결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구조”를 발견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당연한거지만), 써내려가는데 열심히 따라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폴링이 추정한 단순한 alpha-helix 에서 시작해서, 복잡한 삼중 나선, 그리고 (잘못된 염기 결합을 가정한) 2중 나선, 그리고 다시 생각해서 얻어낸 상보적인 이중 나선. 이 과정을 저자의 사고 흐름, 크릭이나 윌킨스 혹은 프랭클린 같은 주변 인물과의 대화 등등으로 잘 이어나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 사실 책이 좀 짧다.

지금의 우리들이 생각하기에야 상보적인 이중 나선이 당연한거였지만, X선 회절법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면서) 어떤 구조인지(사실 나선에 대한 합의(?)도 책 중간에야 나옴) 짐작도 가지 않는 상황에서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란건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학의 수 많은 정리, 많은 물리학 이론이나 좋은(…) 자료구조가 그렇듯이, 완성된 무언가의 아름다움은 정말 각별한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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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

나는 ...

7 thoughts on “리뷰: 이중나선”

  1. 이중나선은 개인적으로, 왓슨이 불쌍한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가지고 트집잡는 부분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로지 그 여자는 매력없어, 옷 못 입어, 히스테리 부려….. 과학자도 사람이라는 게 확 와닿았죠.

  2. 과학기술 글쓰기.. 라는 책에 보면, 이중나선 발견자들이 x선 회절법으로 거의 결과에 다다른 다른 연구 그룹의 사진을 사전에 봤다는 얘기가 나옴. 심지어 최초 논문에 그 사건이 언급이 되어 있다고 하던데……

    1. 탱 / 그게 저 위에서 말한 윌킨스, 프랭클린이 했던 연구라함. 책에 나온 묘사만으로는(…) x 선 회절로는 완전히 찾아내지 못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지지하는 증거”로 생각하는 것 처럼 나옴…

  3. 예전 어떤 학부 수업에서 “과학자의 전형-학문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순수하게 진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을 깨버리고, 명성을 얻고싶어하는 과학적인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고 했던 듯 한데, 먼가 느낌이 좀 다른 리뷰네. 심심할 때 읽어봐야지지

    1. 수원 / 형이 말씀하신것도 주요 내용입니다. 사실 “찾아가는 과정” 와중에 이거저거 한다고 하지만, 저자의 심정 중 연구 관련된걸 빼면 거의 이거에요.

      “얘네가 a를 발견했다는데, 그러면 우리보다 더 나가는거 아냐?”

      라고 의심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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