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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직전에 언제나의(…) 반디앤루니스 코엑스 점에 갔다가 지른 책.
특이하게도 책 그 자체와 이 책을 보관하는 책꽂이(서가) 혹은 이 책꽂이들을 보관하는 서재, 도서관 그리고 최종적으론 책에 담기는 “데이터”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보관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관될지에 관한 간략한 감상(?)을 담은 책이다.
사실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바로 “지르자!”를 외쳤던 것은 다음 대목 때문.
선반이 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중세의 일반적인 독서대의 길이는 2미터가 넘었는데, 이 정도 길이의 선반이 양쪽 수직 지지대에 의해서만 지탱된다면 무거운 책들을 올려놓을 경우에 심하게 휠 수 있다. 선반이 활 모양으로 휘게 되면 눈에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아래 꽂히 책드에도 해로울 수도 있었다. 위에서 누르게 되면 빼기가 힘들어 책에 손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직 지지대 사이의 선반의 길이가 짧을 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중세인들에게는 없었던 이론과 공식으로 무장한 현대의 엔지니어들에게 견고한 책꽂이를 설계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리를 설계하는 문제와 다를 것이 없다. 엔지니어들은 책들이 빽빽이 꽂힌 선반이나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다리를 균일하게 하중이 걸린 빔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빔의 힘은 이미 확고하게 정리된 공식으로 계산될 수 있는데, 그 공식에 따르면 경간의 길이를 두 배로 하면 빔이 견뎌야 하는 압력은 네 배로 늘어나고, 두께를 두 배로 하면 압력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말을 바꾸면, 힘이라는 면에서 볼 때, 선반의 길이를 반으로 줄이거나 두께를 두 배로 늘이는 것은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후략)
p 129. 서가에 꽂힌 책, ‘책장의 진화’ 중에서,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것 처럼, 마지막으로 산 책장의 뒷면이 완전히 망가진 관계로 당시에 이걸 보니 참 재미있더라고(…).
그리고 왜 저런 소릴 할 수 있나 봤더니 저자가 도서관학이나 서지학자가 아니라 교량을 전공한 공학교수였다(…).
- 파피루스와 양피지의 시대를 넘어서고 종이에 기록되게 된 책 얘기라거나.
- 원래는 눕혀놓거나, 책 앞마구리(책 등에 대응하는 책의 제본되지 않은 옆 면)가 드러게나 꽂는다거나 하는 역사를 거쳐 현재의 책 등이 겉으로 나오게 된 얘기
- 책 궤에 보관하다가 까치발 책꽂이, 책막이(book-stop), 사슬에 묶인 책 ((이게 중세의 책 보관 방식 중 하나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긴하다)) , 그리고 대량 인쇄 시대를 겪으며 지금처럼 꽂혀있게 된 책의 얘기
- 조명을 태양에 의지해야 했기 때문에 생겨난 도서관의 구조에서, 이를 좀 더 활용하기 위해 대리석 혹은 유리 바닥을 이용한 도서관이라거나. 전기 조명에 의지하게되면서 생겨난 도서관 구조.
- 도서관 자체가 일반적인 건축물에 비해 훨씬 많은 하중을 받아서 생겨나는 요소
- 도서관의 장서 보관 방식 변화. 특히나 현대의 밀집 장서 보관 방식은 생각없이 봐왔던 것인데 꽤나 치밀한 고민이 담겨 있어서놀랍다.
등의 얘기를 한 권 내내 풀어내는데, 어떻게 보면 지엽적일 수도 있고, 역사적일 수도 있는 내용을 잘도 풀어 썼다는 느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도서관 구조/건축에 대한 궁굼증이 있다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원래 사려던 “서재 결혼 시키기” 대신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지만 원래 사려던 책을 안 산걸 전혀 후회 안할 정도(…).
요새 너무 독서 주제가 편중된단 느낌이었는데 — 그 이전에 읽는 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 경향에서 벗어난 책을 읽은 것도 즐거웠던듯 싶다.
사슬에 묶인 책 → 당시 책은 대체로 신학 서적이나 성경책이었는데, 양피지에 적은 책이 워낙에 비싸서 도난이 잦았다고 하네요. 책을 쇠사실에 묶거나 죄수의 가죽으로 책을 제본하는 것은 그런 현실의 소산. 지금 보면 종이에 인쇄된 책이 흔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책을 종이에 인쇄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히 벤처 캐피털이라는(…)
책 리뷰에 책 제목이 없어서 의아해 했는데, “서가에 꽃힌 책”이 제목이었구나 ㅡ_ㅜ
고어핀드 / 양피지에 적어서 비쌌다기보단 필사+화려한 장정(…)등에 원인이 있지 않았나 싶다. 종이 책이 싼 것은 대량 인쇄의 소산이라 그런거 같고…
근데 말이지 난 전산 쪽 책 찍어내는 대한민국 출판사들도 약간 벤쳐 캐피탈 처럼 보인단 말이지 Orz orz orz
수원 / 그런 것입니다(…)
방금 떠오른 건데 아치형 책장 (…) 같은 건 어떨까요 ㅋㅋ
약간 공간 낭비는 있겠지만 쳐지는 거 막아주고 나름 이쁠 것 같은데
Dish / 공간 낭비가 너무 큼.
쳐지는거 막는 효과가 좋은지도 좀 의문임. 그 정도 공간 낭비면 그냥 선반 두께를 늘리거나(아치면 가운데 쪽에만 공간이 크고 좌우측끝은 엄청 좁아지니), 아니면 버팀목 간격을 좀 더 줄이는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