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LHC에 관한 책을 딱 한 권만 읽고 싶다면? 에 나온 책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을 읽다 느낀 점. 대학과 대학원을 거치는 동안 물리학이라곤 4학점 * 2학기 과목을 교양과목으로 신입생 때 들은 것 뿐이라 내 이해수준이 매우 조야하다는 것이 제일 컸고(…).

내 조야한 이해 수준에도 불구하고, 책은 매우 즐겁게 읽었다. 얇지 않은 책이지만 대략 이틀 만에 다 봄. “엘리건트 유니버스”를 읽고 나서 LHC가 만들어진다는 점에 대해 꽤나 관심이 있었는데, 여기에 더 궁금하게 만들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해준 덕에 LHC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듯.

아래는 약간 방향이 다른 리뷰(…). 사실 이건 제가 책 내용에 대한 기반 지식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Orz.

  1. 책의 전체 방향이랑은 조금 다른 얘기지만, 중간에 인용된 글 한 토막을 여기서 다시 인용해본다. (강조는 저자 분이 한 것)

패스토어 (로드 알랜드 주 상원의원): 이 프로젝트가 소련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에게 제시하는 바는 없습니까?

윌슨 (페르미 랩의 설립자): 오직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술 발전에 있어서만 그렇습니다. 그 외에는 가속기는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화가인가, 좋은 조각가인가, 훌륭한 시인인가와 같은 것들,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이 나라에서 우리가 진정 존중하고 명예롭게 여기는 것, 그것을 위해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새로운 지식은 전적으로 국가의 명예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도록 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과, 한국의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한국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로 만드는 부분을 늘리고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니 굉장히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지더라. 정말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인가?

  1. LHC의 건설 비용과 운용 비용에 관한 것. 건설에 CERN이 사용한 비용은 6조 3000억 원. 그리고 검출기와 기타 시설 비용까지 추정하면 대략 10조 원 수준이라 한다. ((물론 책의 내용에 따르면 LEP 실험 때 이미 다음 세대의 가속기를 생각해서 터널을 파놓았기 때문에 그 부분의 비용은 추가로 들지 않아서 이런 거라곤 하지만)) 운영비는 연간 약 2250억 원, 각 실험 팀의 실험비가 약 4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책 446~447 페이지에 나온 내용)) 내가 국가 규모의 예산을 이해할 능력이 없긴 하지만, 이 비용이 정말 큰가? 특히 내가 이 글의 1에서 인용한 내용을 생각하면 정말 큰가? 사대강의 올해 예산이 10조 원이란 주장도 있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한겨레 신문의 보도 참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8782.html))

예산을 더 들일수록 아마 그 기대 이익이 감소할 (수확체감; law of diminishing returns) 도로나 항만, 공항 같은 기반 시설에 돈을 계속해서 쓰는 게 유의미한가? (물론 기존 인프라를 유지 보수하는 비용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과학과 문화에 대한 `사회 간접 자본’은 만들 생각이 없는가? 하다 못해 건물만 번드르르 지어놓은 도서관에 책이라도 채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1. LHC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성에 더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