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무선랜, 그리고 Xbox 360 무선 컨트롤러의 공통점

무선랜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IEEE 802.11 시스템으로 생각했을 때 이 세 가지는 적어도 한 가지, 그리고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과연 그것은?

정답은 같은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사용한다/방출한다.

사실 뭔가 블로깅은 해야겠는데, 뭘 블로깅할까 고민하다 일주일 전 쯤에 lapiz씨와의 대화가 생각나서.

Xbox 360을 처음 사왔을 때 무선 컨트롤러가 인식이 안되서, JStrane의 무선 컨트롤러를 강탈해다가 테스트를 했었는데, 역시 인식이 안되서 본체를 교환했다. 그 얘기를 lapiz씨한테 했더니,

“야 그거 옆 집에서 전자레인지 돌리는거 아냐? 덤으로 무선 공유기라거나 …”

…답은 아니올시다. 무선랜은 잡히는게 없고, 전자레인지를 돌릴리가 없다고 생각한 새벽에도 안되는 걸로 확인. 그런데 무선통신망을 전공한 두 남자의 대화는 통신공학적인 근거가 있다 – 그리고 그 근거는 앞에서 말한 공통점에 그 뿌리를 둔다.

흔히 ISM band 로 불리우는 2.4Ghz를 전후한 대역대를 사용하는 장치들이 앞에서 말한 것들이다. 사실 이 ISM band라는 것 자체가 각 주파수 대역을 특정 장비에 할당하기 전부터 널리 사용된 전자레인지 때문에 –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이 대역에 해당 – 사실상 **잡음이 매우 많은 대역**이 되어버린 것인데, 그런 이유로 산업/과학/의료 분야에서 공짜로 쓸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이 되어버린 것.

주파수 대역이라는게 각국의 주파수 관리기관 – 미국이라면 FCC, 한국의 경우 정보통신부 산하의…어딘지 기억 안나는 곳 – 에서 일일이 _허가를 받아야하고, 사용료도 내야하는 것_이기 때문에, 함부로 빌리거나 하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공짜로 쓸 수 있는 – 그리고 전자 레인지 때문에 각국에 모두 채널이 비어있고 – ISM 대역의 인기가 높다. 그래서 사용되는 무선 서비스의 수는… 그리고 확인해본 결과 Xbox 360의 무선 컨트롤러는 이 ISM 밴드를 사용하고 FHSS를 쓴다(역시 만만한 ISM band).

그런데 문제는 잡음도 많고 다른 서비스들이 많이 들어와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IEEE 802.11 시스템은 DSSS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CDMA에서도 사용되는 spread specturm 기술이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코드를 곱해서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소량의 데이터를 쏘게된다). Bluetooth 장치도 여기를 쓰는데, 그 장치들은 FHSS라는 DSSS와는 조금 다른 spread spectrum기술이 들어간다.

문제는 이렇게 다른 전파의 방해를 피해가는/극복하는 기술을 쓰지만, 실제로는 파워가 쎈(…) 전자레인지라거나 다른 무선랜이나 블루투스 장치가 많으면 당연히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닌 신호(=잡음)이 많아서 잘 전달이 안되게 된다 – 무선랜의 경우엔 속도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에서 혹시나 무선랜이 잘 안된다거나, Xbox 360 컨트롤러가 이상하다거나, Bluetooth 이어폰이 이상해요!라거나 하면 전자레인지를 의심해보자.